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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팅 : 세부의 아름다운 섬 반타얀으로 향하다
산타페 항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한 시간 남짓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새 우리의 눈앞에 항구의 모습이 펼쳐졌다. 산타페 항은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해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들뜬 친구들과 함께 채비를 갖추고 서둘러 배에서 내리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트라이시클(운송수단) 운전사였고, 혼을 빼놓는 그들의 호객행위는 어릴 적 처음 방문했던 용산 전자상가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역시 숙소로 향하기 위해서 운송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에 기나긴 흥정 끝에 트라이시클을 이용하기로 했다. 트라이시클은 자전거 혹은 오토바이 두 종류가 있는데, 자전거로 된 트라이시클을 타게 되면 열심히 페달을 밟는 운전사의 모습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다행이게도 그날 우리는 오토바이로 된 트라이시클을 탈 수 있었고, 사람이 많아 무거운지 천천히 달리던 트라이시클의 뒷좌석에 앉아 반타얀의 풍경을 감상하며 숙소로 향했다. 상쾌한 공기가 기분 좋게 해주었고, 햇빛은 아주 따사로웠다.
[자전거 트라이시클. 탑승 시 운전사 아저씨의 힘든 모습이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돈 없고 가난한 학생들이었기에 좋은 숙소를 잡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여 별채로 구성된 소규모 리조트 같은 숙소를 예매했다. 반타얀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필리핀에서 갔던 두 번째 여행이었는데, 첫 번째 여행에서의 숙소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었기에 반타얀의 숙소가 참 마음에 들었다. 별채 안에는 샤워실과 퀸사이즈 침대 두 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에어컨이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깔끔한 점이 좋았으며, 무엇보다 별채 바로 앞에 펼쳐지는 Private beach(사유권이 인정되는 전용 해변)의 존재는 흥분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잘 정돈된 모래사장과 거대한 에메랄드를 삼킨 듯한 보석 같은 바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홀렸던 그곳.
[벤치에 누워 차가운 산미구엘 한 캔 마신다면..]
[나와 일행이 묵었던 별채. 빨랫감이 보인다]
환상적인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금세 허기가 찾아왔다. 숙소 내에는 식당이 없었으므로(오직 술과 과자만 판다) 식당을 찾아 나서야 했다. 반타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흥미로운 점은 관광객 역시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렌트가 굉장히 쉽다는 점이다. 원동기 면허증 따윈 확인하지도 않는다. 숙소 측에 이야기해 렌트업자를 호출했는데 그는 무려 125cc 수동 오토바이를 가져왔다. 수동 차량 운행 경험은 많지만, 수동 오토바이라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다행히 일행 중에 숙련자가 있었기에 몇 번의 연습 후에 꽤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한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HR레스토랑이란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관광객에게 꽤 유명한 듯했다. 필리핀에서 음식을 시키면 한가지 유의할 점이 있는데, 주문 후 음식을 받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세부와 같은 도시에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반타얀 같은 시골에서는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자가 아니던가, 여유를 즐기면서 맥주 한 잔과 함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허기를 채우고 나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녁이 되기 전 우리는 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일본 친구의 제안이었다. 다시 오토바이에 몸을 맡기고 도착한 시장은 생각보다 꽤 규모가 컸다. 나 역시 시장을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도시화된 대형 쇼핑몰이나 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인간적인 공기와 맞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타얀의 시장, 우리나라의 재래시장. 다른 것은 없다.
해가 모두 지고 어두워졌을 때,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웠던 우리는 이동 중에 우연히 보았던 바에 들러보기로 했다. 바 안에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여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궁금증에 무슨 프로그램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다가가 보니 그들이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보이스 오브 필리핀'이었다. 필리핀 사람들은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TV 시청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내가 주변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으니까. 자리에 돌아온 나는 다시 친구들과 산미구엘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행복한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쏜살같이 빠른 속도로.
반타얀에 대한 포스팅은 3편까지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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